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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여성 CEO 7인 "공정성 지켜지면, 조직도 여성도 성공한다"

2021.07.13

여성 CEO 7인 "공정성 지켜지면, 조직도 여성도 성공한다" 

 지난달 9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참석한 여성 임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배수정 한국암웨이 대표, 유수진 하와이안항공 한국지사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 발라카 니야지 한국피앤지 대표, 전유미 퍼솔켈리코리아 대표. 

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깐 벗었다. [사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국내서 美기업 이끄는 여성 CEO들의 조언

“성공은 결국 성별 아닌 능력이 좌우”

“한국 노동법, 국가 경쟁력 갉아먹어”   



중앙일보 김경미 기자 - 지난달 9일 열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이사회 월례 회의는 68년 암참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역대 암참 이사회 회의 중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1953년 출범한 암참은 매달 이사회 회의를 열고 한국의 경영 환경과 이에 따른 기업 활동, 그리고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한다. 올해 암참 이사회의 전체 임원 수는 35명인데 여성 임원 수는 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에 따라 여성 임원의 경영 참여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암참 이사회 여성 임원들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달라진 경영 환경에서 미국계 기업의 여성 수장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11일 이메일을 통해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 전유미 퍼솔켈리 대표, 발라카 니야지 한국피앤지 대표, 유수진 하와이안항공 한국지사장, 최수정 한국코카콜라 대표, 배수정 암웨이코리아 대표,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암참 여성 이사회 약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생산성 해치는 노동법, 국가 경쟁력 깎아

한국의 미국계 기업을 이끄는 이들은 우선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인도를 비롯해 4개국 10개 도시에서 22년간 일한 발라카 니야지 한국피앤지 대표는 “한국은 산업 전반에 걸쳐 좋은 기업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첨단 IT 시설과 5세대(5G) 통신망이 갖춰져 있고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환경이 발전해 글로벌 기업이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가열 기술을 접목한 면도기나 거품 형태의 세탁세제 등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한국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직된 노동환경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전유미 퍼솔켈리코리아 대표는 “현재 노동법은 기업을 성장하게 하고 노동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성을 해치는 법으로 느껴진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아시아 국가 간 경쟁에서 서서히 뒤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노동관계법령과 규제 개선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한국 기업의 성장을 위한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외국계 특송업체 최초로 한국인 여성 지사장에 올라 2015년 암참의 첫 여성 부회장을 맡은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는 여성 기업가가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채 대표는 “한국 기업가 중 여성 비율은 20% 미만이다. 테크 스타트업 대표 가운데는 9%만 여성”이라며 “15~54세 여성의 절반 가량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 기업가를 육성하고 더 많은 여성이 창업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니야지 대표 역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증가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0%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경우 여성 인력 확대를 통해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성 높이면 여성 정책 따로 필요 없어”   

이들은 ‘공정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만 지켜진다면 조직의 경쟁력은 물론 여성 인력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로 입사해 36세에 사내 유일한 여성 임원으로 발탁된 배수정 한국암웨이 대표는 “한국암웨이 임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특별히 여성 중심 정책을 펼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며 “능력 중심으로 공정하게 발탁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남녀 각각 강점을 보유한 영역이 분명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성별 분포만 볼 것이 아니라 능력 자체의 다양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여성 인재가 공정하게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30여년간 항공·자동차·금융 등 다양한 산업군에 몸담아왔던 유수진 하와이안항공 한국지사장은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직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인간 중심적인 경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책임과 이행이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또한 여성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은행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기록을 세운 유 은행장은 “일하는 엄마들에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육아”라며 “사회 보육 시스템 확대를 위한 정부의 투자와 관심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안항공 유 지사장도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육아시설 확충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과 다른 생각을 떠올릴 용기 필요” 

여러 제약 속에서 자신만의 성공기를 남긴 여성 CEO은 한국의 2030세대를 위해 어떤 조언을 할지 궁금했다. 한국코카콜라의 첫 한국 국적 여성 마케팅 디렉터이자 첫 여성 CEO인 최수정 대표는 “한국 젊은이들의 역량은 충분히 뛰어나다”며 “현재의 나, 그 자체가 최고의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라”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분명 전임자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자리에 오게 됐는지 인지하려 했다”며 “모든 리더는 각자 조직에서 다른 모습으로 공헌한다”는 말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느 조직이든 집단 지성을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퍼솔켈리코리아의 전 대표는 “여성 임원이라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도, 여성이라서 더 힘들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성별을 구분 짓지 말고 똑같이 생각하고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데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은행장도 “남들과 다른 점을 불편해서는 안 된다”며 “두려움 없이 다양한 생각과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4103101